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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현실

친구를 만났다

by donit2022 2022. 2. 1.

어제나 오늘은 아니지만,

친구를 만났다.

 

몇 년 만에 친구를 만났는지 잘 생각해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헤아리기 힘들게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는데

드디어?

친구를 만났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서로 많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늘 보던 그 모습은 또 아니었다.

 

처음보는 차를 끌고 온 친구

아주 조금은 낯선 모습 중 하나였다.

생각보다 오래전 모델인데도 휴대폰은 바뀌지 않았었다.

 

녀석에게 나는 어때 보였을까?

처음 보는 길게 자란 수염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녀석은 내게서 무엇을 느꼈는지, 낯선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밥을 한 끼 먹었고

차를 한 잔 마셨다.

 

자정이 넘어서야 헤어졌는데

우린 몇 가지 얘기를 나눴을까?

 

 

나이를 많이 먹어서인지

세상이 많이 변해버렸다.

 

밥 먹고 식당에서 함께 담배를 폈었고,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에서 담배를 폈었다.

당구장도 피시방도 금연 구역 따위는 없었던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

 

중간 중간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건물 밖을 나서고

흡연 가능 구역을 찾아서 발걸음을 옮기는 일을

녀석과 처음으로 함께 하는 기분이 묘했다.

 

세상이 금연구역으로 뒤덮힌 일은 최근 몇년 사이의 일이 아니었지만,

우리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일은 그렇게 오래 된 일이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으면 힘겨울 정도로 막막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하기도 했다.

어쩌면 녀석과 단 둘이서만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자꾸만 담배를 피러 나갔는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은 핑계일 뿐, 그저 니코틴 중독자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녀석과 자그마한 공원을 걷기도 했다.

 

아무런 쓸데 없는 지적질을 하기도 했고,

아주 큰 축하거리가 아님에도 꽤나 크게 축하하기도 했다.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한참을 차에 앉아서 떠들다가는 헤어졌다.

아마 다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하고 싶은 많은 얘기들을 하지 못했다.

해야 하는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다음 기회에 또 나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오래 묵히고 쌓인 얘기들을 쉽게 풀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녀석은 내가 한 얘기를 잘 들었을까?

녀석은 내게 하고 싶은 얘기를 얼마나 하고 간 걸까?

 

나는 다른 친구와 이런 시간을 또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친구라는 존재가 될 수는 있을까?

 

 

그 어둡고 춥고 길었던 시간을

남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앞으로 남은 어두컴컴한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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